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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우리동네 나들가게 사장님에게서 동네슈퍼의 희망을 보다



나들가게가 뭔지 아시나요?
나들가게란 대형마트에 SSM에 치이는 동네 슈퍼마켓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간판을 세련되게 바꾸고, POS 장비도 설치하고, 점주들을 위한 경영컨설팅등도 진행합니다.


대형마트나 SSM... 대기업들의 독점구조 자체가 분노스럽기는 하지만,
일단 이런것들이 판치고 있는 상황에서 동네 슈퍼마켓들에게 정부가 병주고 약주고 하는 셈입니다..

아마 집근처에서 정리안되고 난잡하기만 했던, 작은 가게들이
정리되고, 깔끔해지면서, 간판에 나들가게라고 적혀있던 것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물론 좀더 정리되고 좀더 깔끔해지면서, 어느정도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올린것은 사실일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대형마트나 SSM에 대적할수 있을까요?

거대자본들은 대량유통으로 단가를 턱없이 낮추는데다가
요즘은 PL상품으로 도저히 따라잡을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입점기업들 달달 볶아서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세일에 세일을 거듭하고
정신질환을 겪을 정도의 과도한 친절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겉으로 보이는 몇몇 부분들에 손을 댄다고 해서.
그들과 경쟁이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오피스텔 지척의 거리에 나들가게가 있습니다.
이사오고 제법 오다닌 곳인데
이제 한창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곳입니다.
오늘 친구녀석 결혼식을 다녀오면서
쌀이 떨어져 나들가게에 들렀는데

제 옆에 아이 둘을 둔 어머니가 사장님께 대화를 시도하고 계셨습니다.
"저번에 외상이 얼마였죠?"
"얼마얼마 입니다.!!"
"여기있습니다."
그때 아들녀석이 끼어듭니다.
"엄마 저도 아저씨한테 돈드려야 해요"
"저번에 뭐 사먹다가 돈이 모잘라서 아저씨에게 돈을 제대로 드리지 못했어요"
어머니는 다소 무안한 표정입니다. 아들녀석이 진작에 엄마에게 알리지 않고,
사장님한테 돈을 덜 드렸다는것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잠시 망설입니다.
그때 사장님은
" 아!! 그건 아저씨가 그냥 준거야.. 어머니 그건 신경안쓰셔도 되요^^"
" 네? 아니 그래도 죄송한데...  (멋적은듯) 하하.. 그래도 드려야죠... 저희 여기 자주오는데 기억하시죠? 하하^^;; "
" 물론이죠 ^^ 부족한 돈은 단골손님 혜택이라고 생각하세요. 하하. 신경안쓰셔도 됩니다.^^"


저도 모르게 옆에서 실실 웃고 있었습니다. 해맑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꺼내고 옆에서 함께 웃고 있는 아이도..
멋적은듯, 그리고 죄송해하면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머뭇머뭇 말을 더듬던 어머니..
단골을 기억하고, 아이들의 기분까지 세세하게 신경쓰는 사장님.!!!

식당이나 가게를 가게 되면..
음식이나 물건의 질도 중요하지만 그 가게를 지키고 있는
종업원과 사장의 표정 하나 말투하나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런것들은 컨설팅을 통해서 이론적으로 학습이 될수는 있겠으나,
학습의 효과는 주어진 매뉴얼의 한계를 벗어나질 못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말투와 표정은 어색해서 금방 들키기 마련이며,
이것이 체화되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 지치게 되지요..

이 사장님은 달랐습니다. 쉽게 말해 꾸며진 친절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뼛속까지 진정으로 장사를 함에 있어서,
내 가게를 방문해주신 손님들에게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해야한다는
마인드가 스쳐가는 표정하나하나에 느껴졌습니다.

소비자들은 섬세합니다. 까탈스럽습니다. 물건하나 싼것도 좋고 질 좋은 것도 좋지만,
소비하는 소비자로서의 권리는 그것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 작년 한해 직접 농산물을 인터넷으로 팔아보고,
여기저기 벤치마킹을 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느낀것이지만,
고객들을 대함에 있어 진정성이 느껴지게 하는 판촉 수단은 정말 중요합니다.
상품상세설명에서 기계적 설명보다는 농촌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을 대신 실어보이고,
편지를 쓰더라도 만연되어있는 딱딱한 기계편지 대신에 한줄이라도
고객의 이름이 담긴 안부편지를 담아내고, 내가 파는 물건이 아니더라도
내가 설명해줄수 있는 범위내에서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해 디테일하게
설명을 부쳐주는 내가 소비자일때 어떤 상황에서 소소한 감동을
느낄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틀에박혀있고 포화인듯한 경쟁구도에서
한발 앞서 있을수 있다는 겁니다.!!!! 어찌보면 가장 작은 가치에서 출발합니다.
나를 둘러싸고 어떤식으로 마주치는 인연이라도 기분좋게 마무리를 지을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나들가게... 이 사장님을 보면서 다시한번 느껴졌습니다.
동네슈퍼.. 절대 대형마트 SSM 과 눈에 보이는 객관적 상황들로 경쟁이 안됩니다.!!!
하지만 같은 물건을 팔아도 정서를 담아내서 물건을 팔게 되면
그 하나로 충분한 차별화를 꾀할수 있습니다.!!!..
그저 동네슈퍼니까 의리를 지켜라는 논리는 이제 통용될리 없습니다.
겉모습만 바뀔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진정성을 위해 하나하나 작은것 신경쓸때, 소비자는 표현을 안해도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
소소하게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부담스럽지 않고 기계적으로 보이지 않는 멘트와 표정...
음엔 모르더라도 마음이 담겨있으면 어느새 나한테 당연한듯이 체득될것입니다.!!!!

오피스텔 가장 가까운 나들가게에서.. 동네슈퍼의 살길을 보았습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