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가서 코스모스 사진을 좀 찍어오고 싶었습니다. 의정부에서 전철을 타고 회룡을 지나 망월사역에 다다를 무렵. 왠지 망월사가 너무 가고 싶어집니다. 해서 문이 닫히기 전에 내렸습니다.
막상 내려보니 아무 준비가 안된터라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정면쪽으로 산이 보이길래 일단은 발걸음을 그쪽으로 옮겼습니다.
걷다보니 물이보였습니다. 물을 지척에 두고 그냥 갈수야 없었지요. 이미 망월사는 뒤로 하고 물을 향해 가봅니다.
가는길에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습니다.
다리에 진입해서 물밑을 내려다보는데.. 깜짝놀랐습니다. 물반 고기반은 이럴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바닥이 안보일정도로 치어들이 모여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걸음을 더 나아가 봤더니
이럴수가. 도심한복판 천(후에 알고봤더니 여기는 중랑천입니다.^^)에 저렇게 커다란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쳐 다닐수 있다니. 놀라울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러 관상어 정도는 가둬놓고 키운다 하지만, 이 고기들은 관상어가 아니고 잉어입니다. 잉어.!!! 잉어가 이렇게 많은 녀석들이 헤엄쳐 돌아다니고 있는것을 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것도 바로 앞에 아파트를 둔 도로에 인접한 천에 장사진을 쳐놓고 있는 물고기떼를 보게 될줄은 상상을 못했지요.
본능적으로 머리속에 든 생각은 투망 한번 쳐봤으면... 다리 밑에 커다란 어항 하나 놓고 10분만 있어도 흐억..
|
|
좌측에 새카만 부분은 다 고기가 뒤덮고 있는 겁니다. 위에서 보신 치어보다 크고 아주 큰 녀석의 반토막만 한 녀석들이 잔뜩 모여있습니다. 징그러울 정로도.. 이쯤 되니까. 잡고 싶다는 본능이 접히면서, 우와우와 라는 탄성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
|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보기로 합니다. 표지판이 이색적입니다. 애완동물 동행자제..
"물고기를 잡지마세요"
이 표지판을 보고 이때까지만 해도, 시에서 물고기를 방류해놓은 것인줄 알았습니다.
다리를 건너려하던 찰라 오리 한마리가 목격됩니다.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제가 건너려 하니 푸드득 날개짓을 합니다. (돌다리를 건너면서도 돌사이사이에서 팔뚝만한 잉어들이 놀라 튀어 나옵니다. 그녀석들때문에 저도 놀랍니다.)
|
|
|
|
가까이서 치어들을 보니 더 장관입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옵니다. 제가 사진기를 들고 있으니, 여기를 언넝 찍어보라는 말씀입니다. 잉어의 치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녀석들 가까이 가도 도망도 안갑니다. 다리 위에는 구경꾼들이 주욱 붙어 있습니다.
이런 녀석들을 아파트와 시체육관의 사이에 있는 다리밑에서 볼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감이 밀려들어옵니다.
내려간곳에서 알수 없는 약병하나를 발견합니다. 사진을 찍고 치워버리기는 했지만 찜찜함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쓰는 주사제 같기도 한데. 물에 풀려 행여나 안좋은 사고로 연결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저렇게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체육관이 바로 코앞입니다. 그런 물에 이렇게 많은 잉어떼가 산다는것이 정말 신선한 충격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저를 따라 기어이 아주머니 두분이 내려오십니다. 얼핏 들어보니 이분들도 눈앞에 두고 있는 보약재에 무척 안타까워 하시는 모양입니다.ㅎㅎㅎ^^
하지만 이내 잉어떼가 빚어내는 장관에 푹 빠져들어, 말도 잇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잉어떼가 궁금해졌습니다. 집에 와서 이녀석들을 검색해 보니. 놀랍게도 . 2009년 장마때 한강에서 올라온 잉어떼들이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방류한것도 아닌 녀석들이 떼지어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에 더 놀라울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 청주에 오래살았는데, 냄새나던 청주의 젖줄 무심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바꾸고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서 놀게 하기까지 십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환경련 선배들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지요. 이곳도 하천을 주욱 훑어보니. 물도 깨끗하고, 개발또한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범위내에서 제한적으로 한것을 볼수 있었습니다.
얼마의 노력으로 중랑천이 깨끗해졌는지 알수 없지만, 개발이데올로기로만 바라보던 자연에 인간이 겸손함을 보이니, 자연은 여지없이 이렇게 보답을 합니다.
얼마나 투자를 한들, 깨끗한 물에 자연산 잉어떼가 활보를 치게 만들수 있었겠습니까? 이제 이곳은 의정부의 명물로 자리잡을 듯 합니다. 아무쪼록 시당국에서도 적절하게 관리를 잘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오래오래 이공간을 지켜나갈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뉴스를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시민들의 의식에 작은 감동이 있습니다.^^
이곳을 나오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겠습니까? 당연히 4대강 생각입니다. 자연은 놔두면 이렇게 인간에게 많은 것들을 주는데도 몇몇 인간의 교만과 오만과 자만으로 인하여 생채기를 남기는 2011년 오늘의 현실이 너무 아프게 다가옵니다. 자연을 망가뜨리는 일은 금방이지만, 다시 되돌리는데는 그 몇배의 시간이 걸려야 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최소한의 정치성마저 띄지 못한다면 결국 세상은 바뀌지 못할것입니다. !!! 아프지만 이 아픔으로 깨닫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