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극장에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서울로 몸소 행차를 하여 아바타를 보기 위한 숱한 인파를 뚫고 굳이 전우치를 봐야겠다는 누군가의 협박아닌 협박에 못이겨서 티켓 두장을 끊었습니다... 이녀석은 영화에 대한 기호도가 분명하면서도, 간혹 배우 한둘때문에 꼭 봐야하겠다는 영화들로 당혹케 합니다.
그 첫번째가 장국영이 출현했던 '이도공간'(극장가서 처음으로 졸게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의 완성도니 그런걸 평가할 여유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후우) 그리고 강동원을 꼭 봐야겠다면서 최동훈 감독의 한국식 히어로물에 물음표를 갖게 한 이번 영화 '전우치'였습니다.
영화내내 졸아서 장국영에게 미안했던 영화
너무 열심히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흐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배우들은 연기를 못하는게 아니라 흐름에 못맞추기 때문에 실상 영화 전체적으로는 좋은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런 대표적인 배우로서 전 '김혜수'와 '최민수'를 늘 마음속에 두고 있었습니다.
홀리데이의 '최민수'라던지, '타짜'나 '얼굴 없는 미녀'에서의 김혜수는 연기를 참 잘하고, 연기를 너무 잘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전체적인 영화의 밴드에서 벗어나 버리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노력하는 모습이기에 비판을 가할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충분히 되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꼽을 세번째 인물이 강동원인것 같습니다. 이 친구 원래부터 연기를 썩 잘하는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우치에서도 썩 매끄럽게 연기를 소화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민수나 김혜수에게 느꼈던. 열정에서 오는 밴드의 초과가 이 친구에게도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워낙 비주얼만 출중할 것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희망이긴 했습니다.^^
우선 영화 전우치에 대한 이슈 몇가지와 그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루할지 모르니 짧게,짧게 하도록 하죠.ㅎㅎ
1. 최동훈의 영화다.
스릴러 영화의 불모지에서 나온 수작이죠..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한 구성,연출력도. |
허영만 화백의 원작을 정말 소화 잘 해낸 작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전작들로 인한 기대치가 전우치에 너무 집중된것은 맞습니다. 그만큼 전작의 연출력과 탄탄한 구성능력은 감독으로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통해 완성된 최동훈 사단에 대한 신뢰도가 이번 전우치에 한껏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고, 이게 최동훈 영화가 맞나라는 의문을 가지게 될쯤, 이 기대감에 대한 허탈함이 밀려오게 됩니다.
너무 히어로물이라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그 의식함이 영화 곳곳에 그대로 표출되어 흐름을 끊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시나리오에 대한 아쉬움도 엿보이는 대목도 많이 보였구요.. 이정도의 영화라면 굳이 최동훈이 아니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을 많은 분들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2. 이것이 최초의 한국식 히어로물(?)
히어로물이 갖춰야 하는 영화적 요소가 뭘까요? 그리고 히어로물이 흥행하기 위한 조건은 또 무엇일까요? 전 그것에 대해서 두가지 정도를 꼽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영웅, 영웅이라는 것은 약자들의 우상이라고 표현할수도 있습니다. 강약의 구도에서 약자들에게 힘을 보태 강자들과의 대립구도를 맞춰준다던가 강자에 의한 억압의 구조를 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영웅이죠, 영화에서는 전우치를 그런 인물로 선택을 했습니다. 전설속의 전우치가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어라 왜 전우치가 영웅인거지? 하는 물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다이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 같은 허황된 캐릭터가 더 히어로로 적합하겠죠.. 한국식 히어로를 고민했다고 하지만 그 정체를 알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부분에서 최동훈은 무리수를 던지게 되는데 이 전우치가 사회악과 배치된다는 몇장면을 억지로 삽입한듯한 느낌을 주면서, 극의 흐름을 툭툭 끊어 버리게 되었던 거죠. 약자들에게 공감을 사며,'오 나의 영웅'이라는 인식을 줄만한 구성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버린 무리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두번째는 설득력 있는 악역입니다. 즉, 미국의 성공한 허리우드식 히어로물에서는 늘 콤비가 되는 히어로와 악역이 존재하는데, 그 악역이 그냥 악마와 같이 무조건 적인 악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악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 악에 대한 설득력도 관객들에게 어필을 한다는 겁니다.
<영화 '다이하드'와 '더 록' 에 등장한 악역들. 악마와 같은 절대적 악이 아니라, 악이 된 배경들을 설명하면서 관객들에게 그 개연성을 설명합니다. >
이 말은 완성도 높은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그 캐릭터를 완성하는 환경의 개연성을 충분히 관객들에게 납득 시켜준다는 것이죠.
그런부분에서 영화 '전우치'에서 설정한 절대 악이라는 존재는 예전 초등학교 시절에나 어울릴법한 내용인것 같습니다.(예전에 똘이장군이라는 만화를 보면 김일성 머리가 돼지인가 늑대인가를 하고있죠? 뭐 그런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ㅎㅎ)
결국 전우치는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시 하다고 생각하는 두가지 요소를 갖추는데 실패한 것 같습니다.
요컨데 그럼으로 인해서 이 영화를 다 보고난뒤에 이 영화의 장르에 대해서 다시한번 물음표를 달게 된다는 것입니다.
3. 기대하면 실망하는 화보 모음 전우치(?)
이 제목은 세아향님의 아래 포스팅을 견눈질 했습니다. 세아향님에게 우가 된다면 사죄드리고 변경토록 하겠습니다.
세아향 '세상의 아름다운 곳을 향해서'-기대하면 실망하는 화보 전우치'
결국 강동원은 미스캐스팅이요, 임수정은 캐릭터가 너무 살지 않았던 배역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최동훈 감독이 정말 화보같은 영화 즉, 강동원과 임수정의 비주얼에 초점을 맞춰서 영화를 찍었다고 보기는 싫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면서 영화 자체에 몰입도가 떨어지는것과 비례해서 강동원과 임수정의 비주얼에 시선이 흩어지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살만하기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세아향님의 말씀처럼, 잠깐의 화보를 맛보는 맛은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과 극의 유기성은 떨어지는 데다가 그걸 추스리기 위한 선택도 고민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듯 보입니다.
4. 백윤식과 그외 조연들의 연기는 좋지 않았나요?
영화를 보면서 백윤식이 이렇게까지 존재감없는 영화가 그간 있었던가 싶었습니다. 짧은 우정출연을 하더라도 자기 캐릭터를 백분 소화해내면서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 그가, 그가 아니어도 될 배역을 맡고 있었다는 것이죠. 백윤식의 내공의 문제는 분명 아닌듯 보입니다. 애초부터 캐릭터 설정을 잘못 잡고간 극의 토대를 잘못 잡은 것이죠.(이 부분은 비단 백윤식의 캐릭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천관대사 역의 백윤식 흠.. |
초랭이 역의 유해진, 역시나 참 연기 맛이 좋은 배우입니다.^^ |
3명의 신선 송영창,주진모,김상호 송영창의 캐릭터 변신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3명의 호흡이 연기로 승화됩니다.ㅎㅎ |
유해진과 도사 삼인방만이 견딜만한 캐릭터였지 않나 싶습니다. 워낙 연기력이 출중하신 분들인데다가 호흡이 끊기지 않는 캐릭터로 존재해서, 이분들이 아니었으면 전우치가 그나마의 평가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감히 말할수 있는 존재감들이었습니다.
5. 김윤석과 염정아는 왜 남았을까요?
김윤석의 역 또한 썩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제가 김윤석을 평가하고 싶은 이유는 타짜로 부터 이어지는 악역으로서의 그의 가치입니다. 이번 전우치에서는 썩 잘입은 옷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대립구도에서 이정도의 무게감으로 상대방을 높여준다던가, 스스로를 빛나게 할 만한 악역이 우리나라에 있겠는가 싶은거죠.. 악역이 아닌것 같지만, 거의 악역이라도 봐도 무방했던 추격자에서도 개인적으로 환호했던 것은 그의 그러한 카리스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많은 옷들을 소화해낼수 있는 명배우 중의 하나이지만, 악역을 정말 자기 색깔로 해입을수 있는 그런 배우로서 김윤석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고, 그런 역할로서 그나마 전우치에서 빛이난 배역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타짜 악귀역의 김윤석 |
추격자 엄중호역의 김윤석 |
전우치 화담역의 김윤석 |
시나브로 염정아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자리를 잡아 버렸습니다. 사실 캐릭터 자체가 염정아에게 잘 맞는 캐릭터였다기 보다는 아마 최동훈 사단의 일원(?)으로서 그런 캐릭터 조차 정말 멋지게 소화해냈다고 볼수밖에는 없습니다. 찌질한 캐릭터였던 염정아의 캐릭터를 정말 완벽할 정도의 찌질함으로 캐릭터를 완성해 놓은 염정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염정아 |
전우치에서의 염정아 |
6. 지루한 글을 닫으며
사실 소제목 하나하나가 포스팅 하나의 주제가 될 정도로 흥미 있는 내용인데. 영화전반적으로 써내려가다보니 내용의 깊이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그리 되어버렸습니다 TT
어쨌든 가혹하리만큼 총평을 하자면, 연휴기간에 아바타의 표를 구하지 못한 분들의 관람과, 그래도 한국영화를 보자라는 동정표가 지금의 관객수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최동훈이라는 감독의 이름, 그리고 유수한 배우들의 이름이 어느정도 티켓파워를 만들어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관객의 숫자도 과도하게 생각될 만큼의 영화라는 것이죠..
한국식 히어로물의 시작을 알리는 힘겨웠지만 많은 시도들을 보고 싶었지만, 그조차도 충족 시키지 못한, 극이 가장 아쉬웠고, 맞물려, 잘못된 캐릭터 설정으로 명배우들을 살리지 못하고, 호기 넘치는 젊은 배우들을 영화안으로 녹아 내리지 못하게 한점도 정말 아쉬운 부분입니다.
앞으로 한국식 히어로물의 방향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전우치를 '그나마 성공'이라는 자충수를 두지 말고, 실패라는 쓴약으로 받아들여서 정말 진일보한 새로운 영화를 고민해 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최동훈 사단에 대한 신뢰가 이번 한편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 겁니다. 한국 영화에서 새로운 영화가 늘 기대되는 몇안되는 '사단' 이기 때문이죠.. 이번 아쉬움을 다음의 기대로 기다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