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수오 마사유키
출연 : 카세 료, 세토 아사카, 야마모토 코지, 모타이 마사코, 야쿠쇼 코지
개봉 : 2006, 일본, 143분
러닝타임이 두시간이 넘는 하지만 그닥 지루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제목이 좋아하는 법정물 같아서. 보게 되었고, 지금까지 본 법정 영화중에서도 가장 법정의 사실적 묘사에 치중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뒤늦게 알게됐지만, 감독은 '쉘위 댄스'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이영화를 통해서 본 연출의 탄탄함으로 볼때
장르적으로는 그닥 땡기지 않았던 그 쉘위 댄스를 함 봐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내용의 흐름은 간단합니다. 우연히 지하철 치한으로 오해를 받게된 주인공이 영화내내 진실을 호소하며,
그주변사람들과 함께 권력 그 자체인 재판관과 두뇌싸움아닌 두뇌싸움을 하는 내용입니다.
얼굴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바뀐 재판관이 어디서 낯익다 싶었는데.
생각끝에 무릎을 딱 친 얼굴, 우연히 봤던 일본 드라마 '빅머니' 에서
인상깊었던 조직 보스였습니다. 여기서도 그의 표정연기는 탁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몇달전 작전이라는 영화에서 눈여겨봤던 김무열이라는 배우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옆모습은 더더욱 그렇더군요..
제가 일본영화를 그닥 많이 보지 않기 때문에 눈에 띠는 배우들은 그닥 없었습니다.
이영화는 일본의 아니 더 나아가서 사법체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고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이런 묘사를 직간접적으로 묘사하는 캐릭터들을 몇몇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번째 재판관 : 중간에 두번째 재판관으로 바뀌기 전에 주인공에게 호의적으로 비춰지는 재판관입니다.
영화 중간에 '유죄추정' 이라는 중요한 단어가 나오는데, 법에서는 무죄추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무죄를 선고한다는 것이 검찰이라는 국가권력에 반하는 것임으로 판사들이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이해관계로서 유죄추정으로 피고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죠...
이 첫번째 재판관은 좌천된것으로 나오는데 그이전의 두개의 사건에서 과감하게 무죄평결을 내리면서
알력관계에 의해 좌천된것으로 묘사됩니다.
이 재판관이 수습 예비 법조인들인 젊은 친구들에게 사법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무엇이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자. 호기있는 젊은 이들은, 공정함이라는 대답을 하게 됩니다. 이 재판관은 그 이야기를 풀어서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무죄를 받게 해주는 것이 사법의 책임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하게 되죠..
가장 중요한 원칙이면서도 말그대로 원론이 되어버린, 그 명제로 인해 그는 좌천을 당하게 되고,
영화의 전개가 순탄하지 않게 될것임을 예고 합니다.
두번째 재판관 : 이 사람이 바로 빅머니 에서 등장한 조직 보스입니다. 표정연기가 탁월하고, 어떤 연기도
소화할것 같은 캐릭터를 지녔다고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 역할도 참 자기옷으로 잘 해입은 느낌입니다.
관객들은 극이 전개되면서, 사법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되지만, 그래도 전개상 무죄일거라는 예상을 하게 될겁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가 제시된 마지막 증인채택에서도 이 재판관은 유죄추정으로서 피고인을 밀어붙이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은 유죄를 선고하게 됩니다. 그것도 검찰에서 내린 형량을 거의 고스란히 채택하게 되죠..
이 재판관은 교체되기 전에 잠시 영화에 모습을 비추는데
그장면은 첫번째 재판관이 젊은 예비 판관들과
원론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섭니다. 그 안에서 보여지는 두 캐릭터의 보일듯 말듯한 대립구조는
감독의 섬세함을 느끼게 합니다.
사법계가 가지는 문제의 전형을 보여주는 역할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피고 주인공 : 이 사람이 가진 무기라고는 진실됨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진실됨은 사람들을 차곡차곡 끌어모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피고의 무죄를 객관적으로 믿게되고, 아마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그의 진실됨을 믿게 될겁니다.
허나 마지막에는 이 친구가 세상을 비꼽니다. 마치 자기가 붙들려들어와서 받아왔던 부조리들의 총체가
저 재판관의 입에서 나오겠구나 하는 것을 예측한듯이 말이죠..
비꼬지만 이친구의 입에는 어떤 결연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 : 항소하겠습니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옳을것이다라는 것들을 믿으면서 그렇게 주장해왔지만, 사실인듯 하지만 진실을 교묘하게 획책하는
경찰과 사법체계 속에서, 권력이라는 기관의 속성은 상식적으로 옳은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선임 변호사 : 두명의 변호사가 나오는데 여자 변호사는 사실 비중은 좀더 높지만 캐릭터상으로는 및및합니다.
이 선임 변호사는 경험만큼이나 사법체계의 현실과 그 현실에 어떤식으로 대응해야하는지, 그리고 그런 흐름에 몸을
맡길수 밖에 없는 현 법조인들을 살짝살짝 변호합니다. 과다한 업무량으로 인해서, 재판이 빨리빨리 혹은 대충대충
진행될수 밖에 없는 현실, 주류를 타지 못하면 결국 밀려버리는 현실에 대해서, 각 위치에 있는 관계인들의 현실적
고충에 대해서 피고인과 그 주변사람들에게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설명합니다.
선고가 내려지고 그닥 놀라지 않는 변호사들의 반응은... 알고있는거죠... 진실만이 승리할수 없다는 것을 법의 한계를
타임투킬이나 의뢰인 존그리샴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긴 러닝타임의 법정스릴러류들을 좋아하던 저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썩 괜찮은 법정 물을 만난것 같아 반갑습니다.
예전의 영화들이 단순히 정의는 승리할거다라는 한계적 계몽이었다면, 이 영화는 근본적인 체계의모순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져볼것을 권하는 영화라고나 할까요..
한가지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것과,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것은 정말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어떤 스토리 라인의 훌륭함 보다도, 관객에게 생각하게 하는 정도의 차이에서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추정이다'
'최대의 사명은 죄가 없는 사람은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쓸모없는 캐릭터 .. 옥의 티라고나 할까. 재판 오타쿠? 로 묘사되는 뭔가 있을것 같았던 한 녀석은 공중분해되고 맙니다.
사실 이 캐릭터는 왜 집어넣었는지 모르겠군요. 그만큼이나 만연된 성적 오타쿠들을 보여주고 싶었던건지. 흠..
아 그리고, 이 영화의 중요소재인 성추행.. 남성과 여성 강자와 약자의 또하나의 구도에 대해서는
감독도 그닥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기에, 언급을 피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