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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귀성길 어느 외교부 공무원의 이기적인 사고방식


다들 추석명절 잘 보내셨나요? 전 올해 처음으로 귀성길 귀경길을 경험하는 명절을 보냈습니다.
그전까지는 꽉 막히는 도로, 고속도로에서 소변보는 방법등을 고민하는 것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는데, 의정부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천만이상의 현실이 저에게도 다가온것이죠^^

다행히 저는 혼자만 움직이기에 기차를 타고 갔습니다. 게으름을 피운탓에 좌석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였고, 다행히 입석열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갈수 있었답니다.
 

 


서울역이 출발지인 기차인지라, 입석이라도 4호차인 카페칸이라던지, 카페칸 바로 옆에 널찍한 공간에서 푹 앉아서 갈수 있습니다. 운좋게 카페칸에 자리잡고 여유롭게 커피하나를 주문해서 망상에 사로잡힐 때였지요.

보통은 둘이 앉고 빡빡할때는 세명까지 앉게 되는  카페칸 의자에 제 옆에 먼저 백발의 노인분이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그 사이를 비집고 초로의 깔끔한 정장을 입으신 분이 앉았습니다.

무언가 갈증을 느낀듯한 두분은 가볍게 인사를 주고 받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바로 옆에 망상중이던 제 귀에 자연스럽게 두분의 대화가 들어왔습니다.

백발의 노인분은 젊어서 미군기지 청소부로 들어가셨답니다. 당시에 미군기지 청소부들은, 도둑질을 많이 해서, 감시를 당하고, 금방 짤리기 일쑤였는데, 이북에서 넘어오신 이분은, 정말 성실하게 일을 하고, 그 성실함을 인정한 팀장이 미국까지 함께 데리고 가고 미국에서 그의 딸과 결혼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스스로 자신의 성실함의 결실이라면서 그 팀장은 돌아가시며 현금만 무려 170억을 남겼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다 미국에 있고, 당신은 한국으로 들어와 혼자서 여행을 다니고, 음악을 들으며, 음악을 연주하며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노라 누가 더 물어보지 않아도 술술 이야기를 하십니다.

틈이나고 초로의 정장분이 이야기를 끄집어 냅니다. 중간중간 백발의 노인분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며, 성실함에 대한 보답이라며 추켜세워줍니다. 이 사람은 내년에 정년을 앞둔 외교부 공무원이라합니다. 맥주 캔 두개를 사오며 백발분에게 한캔을 권하지만, 백발분은 17년전 큰 수술을 받은후로 술 담배 딱 끊었다며 애써 거절합니다. 초로의 정장분은 내년 정년이후의 삶을 고민한다면서 알토 섹소폰과 기타연주를 해보고 싶다합니다.

여기까지는 이야기가 참 흥미롭고 정겹기도 하고, 일면식도 없는 그 둘의 얽매이지 않는 대화가 모르는 사이 미소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지나가던 역무원을 초로의 정장분이 불러 세웁니다.

"내가 급해서 표를 끊지 못하고 탔어요. 지금 결재를 하고 싶은데요."

사실, 입석이라고 표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입석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예약이 안될때는 현장에서 잔여석 여부를 확인하고, 탈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일단 타고 보았다는 그의 말, 그리고 일단은 무임승차였는데, 먼저 찾아가 결재를 요청한것도 아니고 눈에 띄니까 결재를 하겠다 합니다.

 

뜨거웠던(?) 귀경길의 흔적 3호 객차는 에어컨까지 고장이었답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스스로 결재를 하기도 했으니 그러려니 했지요. 그 이후의 역무원과의 대화가 제 신경을 살살 긁었습니다.

" 내가 저번주인가는 기차를 타기전에 플랫폼에서 역무원에게 결재를 요청했는데, 그때 그 개념없는 역무원은 요금을 1.5배를 받더군요. 내가 급해서 어쩔수 없이, 표를 못끊었는데 어찌 그럴수 있는겁니까? 이럴수 있는겁니까?"
역무원께서 말씀하시길
" 그건 그럴수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좋게좋게 해결해 드리기도 하지만, 그 역무원에게 뭐라할수는 없습니다. 어찌보면 그 친구가 원칙대로 한것입니다. "
" 아니 그게 어떻게 원칙이 될수 있습니까? 나는 정말 급해서 어쩔수 없이 줄을 설수 없었고, 게다가 기차를 타기전에 결재를 요청했는데"
" 그렇다 하더라도 급하긴 매한가지일 줄 서신 분들에게는 역차별인 상황이 된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그렇게 처리할수도 있습니다."
" 아니 공무원들이 어떻게 이렇게 일관성 없이 일처리를 할수 있습니까?"

역무원 분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그또한 외교부 공무원이었습니다. 역무원이 자리를 뜨고 나서도 백발분에게 하소연하듯이 이야기를 되뇌이는데,

아마 역무원에게 혹여나 몰아부치며 억지를 부렸다면 제가 참지 못했을것 같습니다.
몸에 벤 특권의식인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원칙을 져버린 공무원나으리 께서.원칙을 지키려한 역무원에게 일관성 없는 일처리 운운하니.뭐낀놈이 성낸다는 격이 딱 그 상황이었던 것이죠.. 어렵게 줄서서 표를 구할수 있을지 없을지 발을 동동 구르는 많은 분들이 이 공무원에겐 그저 한가한 사람들로만 비춰졌나 봅니다.
백발분의 호응이 그전같지 않았지만, 외교부 나으리는 애써 이야기를 토해내며 위안을 삼으려 합니다.

이후에도 대전까지 그 둘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져갔지만,  더이상 호의적으로 들릴수가 없었습니다. 귀야 뚫려있으니, 어차피 들어오는 소리 막지도 못하고 들어야 했지만, 이후로 들리는 한마디한마디에는 그의 특권의식인듯한 의식이 투영되어 모든 상황에 뼈가 들어박히게 되더란 말이지요..




대학때부터 공무원분들과 여러차례 얽히며 그들의 안일하고 복지부동하는 일처리에 분노하고
여전히 변화없는 공무원들에 대한 인식이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데, 어찌보면 공무원들에게 있어 가장 싫어하는 특권의식을 젤 가깝게 접한게 아닌가 싶어 기분이 영 찝찝한게 아니었습니다.

단편적인 내용으로 특권의식 운운하는게 성급할수도 있지만, 이런 크지 않은 일에 이런식의 마인드를 가진 외교부 나으리를 보니. 자연스럽게 몇년전 크게 비화되었던 외교부 자녀 특혜입학이 떠오르더군요..

공무원이라는 자리가 공적영역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기대는 진즉에 접었지만,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며, 그 특권의식 기득권을 대물림 하기에
급급한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도처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반감은 쉬이 사라들지 못할것 같습니다....



스리슬쩍 추천 부탁드립니다. 복받으실거여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