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에 대한 단상

품격있는 연말 시상식의 격식(?)을 무너뜨린 구혜선의 교복 패션

요즘 복장에 대한 논란들이 참 많습니다. 어린 걸그룹들의 치마가 너무 짧다는 설렁설렁한 이야기에서 2NE1의 씨엘 의상을 두고 ‘너무 야하다’라는 확정적인 표현이 나와버렸죠. 근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야하다’ 혹은 ‘자극적이다’와는 반대로 너무 착하게 입어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어제 KBS연기대상에서 구혜선이 입은 교복이 바로 문제가 되었으니 말이죠. 

[연말 시상식] '베스트' 김남주vs'워스트' 구혜선 (방송 3사)

구혜선이 당당히 3사 워스트로 뽑혔습니다. 베스트가 있으면 워스트도 나올수 있는 법. 그러나 그녀를 워스트로 뽑은 이유가 그닥 탐탁치 않습니다. 위 기사에서 보여지듯이 구혜선의 복장에 대해서 안좋은 눈초리로 보내는 분들의 대부분의 논리는 격식에 맞지 않는다 입니다.

 
                     격식에 맞지 않는 옷?
 
                               격식에 맞는 옷?

개인적으로 격식에 얽매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일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구혜선의 모습은 제가 봤던 그녀의 모습중 최고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구혜선이 어떤 생각으로 삐딱선(?)을 타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구혜선이 논란의 선상에 오르기전에 그녀에게 덮여씌워진 격식이라는 이 단어에 대해서 어느정도로 고민하고 쓰는 건지 고민좀 해봐야겠습니다.

그럼 대놓고 던져볼까요?

격식이라는 것을 무엇일까요?
격식
[格式] [명사] 격에 맞는 일정한 방식.

다음에서 찾은 사전에는 '격식' 이라는 단어를 위와 같이 정의해놓고 있습니다. 격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품격이라는 단어와 상통하겠죠. 그럼 조금더 구체화 시켜보면 품격에 맞는 일정한 방식이 됩니다.
자 그렇다면 구혜선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시상식의 품격에 맞는 일정한 방식을 훼손했기 때문일 겁니다.

두번째 질문을 던져볼까요? 

그렇다면 시상식의 품격에 맞는 일정한 방식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으레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남자들의 정장과 여자들의 드레스겠네요.. 근데 우리 머리속에 당연시 잡고 있는 시상식의 품격이라는 것이 과연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국회의사당에 정장을 입지 않아서 질펀하게 욕을 들어먹어야 했던 유시민 의원과는 다른 걸까요?
아니면 같은 걸까요?

 

     국회의 품위를 손상시킨 국회의원? 유시민 의원
 

       복장으로는 품격을 유지한(?) 최연희 의원

유시민 의원도 국회의원의 품격을 훼손했다고 판단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그 국회의원의 품격은 또 뭘까요?

너도나도 기름진 배를 위풍당당하게 내밀고, 반짝이는 금뺏지에 스프레이로 힘을 준 머리들, 국민들을 위해서 노가다를 마다하지 말아야 할 그네들이 그런 복장에만 신경쓰는 것을 국민들 스스로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오히려 편하게 복장을 한 사람을 규격에도 없는 격식이라는 단어로 옭아 매야 하는 걸까요?
오히려 실체 없는 그런 품격을 스스로 권위로 내세우면서 그 권력을 이용해 악한 짓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 걸까요?(내용은 위 사진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거부합니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부터 시상식 자리는 여배우들의 노출의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직접적인 노출의 미학에서만 온것이 아니라는 것은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김혜수라는 아이콘이 이슈화 되면서, 많은 연예인들도 과감하게 천을 좀더 오리기 시작했던 거죠 (김혜수의 자유스러움은 그런 부담조차 없는 연륜도 있는 거겠지요) 시상식때마다 연신 터져나오는 기사는 누구누구의 노출 누구누구의 워스트 베스트 오히려 시상식의 내용보다 더 화제가 되고 기억에 남는것은 그녀들의 의상이었습니다.

김태희와 이소연의 수상이 뒤바뀐것이 화제가 되는 것은 시상식에서는 올바른 방향의 논란 거리라고 생각이 들지만, 주제가 드레스로 잡힌 패션쇼도 아닌 시상식 자리에서 드레스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폄훼를 받아야 하는 구혜선에 대한 논란은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난 이뻐보이더라, 난 이상해 보이더라 이정도의 호불호는 이해가 되고 당연한 것이겠지만요)

참조 :  포투님의 '기사 연예 섹션 TV' 중 ' 뒤바뀐 상, 김태희의 눈물과 김소연의 감동의 차이'

미스코리아 자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수영복 심사라도 해야하나요? 아니면 드레스 심사라도 시상식에서 해야하는 건가요? 남자분들이 가슴파인 드레스들에 대해서 눈요깃거리가 줄어들까 농섞인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거라면 차라리 허허 하며 넘어갈수도 있겠습니다.

세가지 정도로 보입니다.
하나는 미국에서 그대로 타고들어온 레드카펫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파생된 이질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구요
두번째는 비슷한 맥락에서 지금껏 그래왔기 때문이라는 변화를 싫어하는 기본적인 내재적 보수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위에 말했던 눈요깃 거리가 줄어들것이라는 의견들도 웃고 넘어갈 수준은 아닌것 같구요..

시상내용이 정치적 논리로 흐른다던가 경제적 논리로 흐르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대다수의 대중들은 연기상이면 연기 자체 가요상이면 노래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원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논란은 이미 송승헌과 김명민의 연기대상 공동수상 때 겪은 바 있습니다.

참조 : 바람을 가르다 님의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중 '연기대상', 김명민-송승헌 사태는 없다

시청자들이 중심에 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배우면 배우다운 배우 본연의 모습'이고 '가수면 가수다운 가수 본연의 모습'입니다. 오히려 어떤 형식들이 그런 것에 장애가 된다면, 전  오히려 그런 장애를 벗겨주는 역할을 시청자들이 해줘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간혹 상가에 검은 정장에 대한 예를 드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상가에서 배려를 받아야 할 대상은 고인과 그들의 가족입니다. 문상객들은 그 자리에 예의를 최대한 갖춰야 하는 것이겠죠.
같은 맥락으로 연예인들 스스로가 시상식의 주인으로서 연말에 이런 무대가 그들 스스로의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주체도 불분명한 격식이라는 올가미로, 누군가에게 부담을 준다던가 어긋나게 평가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들 모두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이들일텐데, 꼭 살펴봐야할 본질적인 부분은 소홀히 하면서, 하나의 단면만을 가지고 여론몰이식으로 그녀가 상식도 갖지 못한 몰지각한 위인으로 대중들 이미지에 각인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입니다.

  < 내용이 마음에 드신다면 아래 추천 버튼 '꾹'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